🔗 The Green Ray Express
Video : 박병현
Music : 박병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에 가면서 창밖으로 보던 장면들을 편집해서 만든 작업.
이걸 어쩌다 만들게 되었냐면 잘 다니던 물리치료학과를 때려치우고 미대 편입을 준비하던 2021년 즈음 시절, 편입 학원이 끝난 오후 11시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창밖의 불빛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지며 온갖 걱정과 불안과 함께 꿈, 열정, 삶의 이유 모든 게 희미해지고 무의미함을 느낀다. 한 마디로 현타를 느낀다는 것이다.
시골 촌구석에서 태어나 더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과 끝없는 만약에?라는 생각, 서울에 대한 동경과 서울에서 나고 자란 또래들에 대한 부러움, 하지만 2호선을 타고 한강을 지나갈 때 보이는 작은 아파트는커녕 서울의 변두리에 있는 집조차 내가 평생 일해도 구매하기 힘들다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
영단어를 와우고 있는 고3 수험생, 신입 티가 나는 청년이 술에 취해 지하철 봉을 겨우 잡고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 본인 몸만 한 짐을 수레에 지고 지하철에 타는 노인. 모두가 아등바등,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살아도 저 불빛 한 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성별, 나이, 모습은 다 달라도 서울의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모두 멍한 눈으로 창밖을 보며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된 작업이다.
2023년 12월